[집중탐구] 미국 역대 대선 후보 슬로건의 효과
1980년 레이건 후보의 질문형 슬로건 '최고'
"여러분 지금 생활 4년 전보다 나아졌나요?"
2016년 트럼프 후보, 레이건 슬로건 본떠
1940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3선은 슬로건 덕
2024년 대선 후보들간 슬로건 대결 관심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0년 대선 슬로건 (travelwithgrant.boardingarea.com 캡처)
[로스앤젤레스=제이 권 기자] 미국 선거 역사상 슬로건 효과를 제대로 누린 대표적 인물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0년 선거 유세 때와 선거광고에서 질문형 슬로건을 사용했다.
“여러분의 지금 생활이 4년 전보다 더 나아졌습니까?(Are you better off today than you were four years ago?)”
슬로건이라고 하기엔 좀 긴 느낌이 있지만 당시 이 슬로건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민주당 지미 카터 정부 시절 미국 경제는 실업률이 10%에 이르는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건 후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듭시다(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도 함께 내세웠다.
4년 뒤인 1984년 대선에서 레이건은 또 한번 슬로건 덕을 봤다. 이 때의 슬로건은 ‘다시 맞이하는 미국의 아침 (It’s Morning Again in America)이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4년 대선 슬로건 (dentonrc.com 캡처)
'아침'이 갖는 의미는 활기와 희망이다. 1984년 대선에서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은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America Needs New Leadership)'는 다소 딱딱한 슬로건을 내세웠던 민주당 월터 먼데일 후보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내세웠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슬로건을 본뜬 것이다.
트럼프 후보의 슬로건은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다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보다 더 먹혀들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처음에 '나는 그녀와 함께 한다(I’m with her)'를 내세웠다가 반응이 시원찮자 슬로건을 '다함께 더 강하게'로 바꿨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이후 이후 지속되는 슬로건 (Business Insider)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는 또다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재선에 도전했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바이든 후보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국가의 영혼을 위한 전투(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를 앞세워 승리했다.
어떤 선거에서든 슬로건은 큰 몫을 한다. 이긴 선거의 슬로건을 되짚어보면 분명히 유권자의 마음에 어필한 그 무엇이 있다.
1940년 대선에서2회 연임, 8년까지만 하고 물러나는 전통을 깨고 3선에 도전한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3차례 연임이 3류보다 낫다(Better a Third Termer Than a Third Rater)’는 슬로건을 앞세워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3류’는 공화당의 웬델 루이스 윌키 후보를 지칭한 것이었다.
이에 맞서 윌키 후보는 “대통령을 세 차례 할 정도로 잘난 사람은 없다(No Man Is Good Three Times)’는 슬로건으로 대항했지만 패배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더 나아가 1944년 대선에서 4선까지 성공했다. 4선 도전 때의 슬로건은 ‘강 한가운데서 말을 갈아타지 말라(Don’t Change Horses Midstream)’였다.
이는 원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1864년 대선 슬로건이었다. 남북전쟁 때였던 만큼 국가 위기상황에서 리더십의 연속성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1944년 대선에서 링컨 대통령의 슬로건을 차용했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라는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이 바뀌면 안된다는 의미였다. (미국 대통령의 3선 금지법은 프랭클린 루스벨스 대통령 사후인 1951년 제22차 수정헌법에 명시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슬로건 (ctvnews.ca 캡처)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마바 대통령은 '앞으로!(Forward!)'란 슬로건을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의 슬로건은 '더 나은 미국(A Better America)'이었다.
앞서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후보는 '변화, 우리는 할 수 있다! Change, Yes, We can!)를 내세우며 승리했었다. 오바마 후보와 맞붙었던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슬로건은 '나라가 먼저다! (Country First!)'였다.
2004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변화의 시대에 안정된 리더십(Steady leadership in times of change)'이라는 슬로건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부시 대통령에 도전했던 민주당 존 케리 후보는 '미국을 다시 미국답게(Let America be America again)'라는 공화당이 즐겨쓰는 느낌의 슬로건을 내세웠다가 패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1992년 대선 슬로건 (digitalcommons.unf.edu 캡처)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는 1992년 대선에서 '사람을 가장 앞에 놓는다(Putting people first)'는 슬로건으로 백악관 주인이 됐다. 클린턴은 1996년에는 '21세기로 가는 다리의 건설(Building a bridge to the 21th century)'라는 슬로건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다가오는 2024 대선에서 후보자들의 슬로건 대결도 관심사다.
(thehill.com Greg Nash)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4년을 더 일하겠다는 의욕을 담은 ‘과업을 완수하자(Let’s Finish the Job)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는 공화당 주요 후보들의 슬로건을 보면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고수하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슬로건은 ‘우리 위대한 미국인의 복귀(Our Great American Comeback)'다. 공화당 내 최대 라이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슬로건과 흡사하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미국 약속의 재발견(Rediscover America’s Promise)’,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미국을 위한 대표(Stand for America)’, 팀 스콧 상원의원은 ‘신뢰가 있는 미국(Faith in America)’을 각각 앞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