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과 루스벨트의 ‘온화한 리더십’…오늘날 한국에 필요한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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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과 루스벨트의 ‘온화한 리더십’…오늘날 한국에 필요한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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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64parishes.org)


[로스앤젤레스=제이 권 기자]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재미있었던 대통령 중의 한 명이다특히 그의 위트와 유머감각은 첫손에 꼽힌다링컨은 적절한 시점에 내놓는 조크가 일품이었다.


링컨이 1858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 캠페인 때 했던 말들은 지금도 회자된다당시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링컨과 3선을 노리던 민주당 스티븐 더글라스 상원의원이 벌인 7차례의 토론은 역사적인 정치토론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그레이트 디베이트(The Great Debates of 1858)’로 잘 알려져 있는 그 토론의 주요 주제는 노예무역 문제였다.

 

토론 과정에서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인물’이라는 공격을 받았다링컨은 이렇게 응수했다.

 

“청중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만일 내가 두 얼굴을 갖고 있다면 지금 이 몰골로 나와 있겠습니까?

 

청중은 폭소를 터뜨렸다. 6피트4인치의 큰 키에 깡마르고 털 많은 얼굴의 링컨은 자신이 ‘긴 팔 원숭이’로 놀림받을 정도로 외모가 별 볼 일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링컨은 비록 선거에서 졌지만 토론의 전 과정이 전국적으로 보도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그 덕에 2년 뒤인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수 있었고여세를 몰아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다.

 

남북전쟁 초기에 링컨 대통령은 자신과 자주 의견충돌을 일으켰던 북군 총사령관 조지 맥클레런 장군을 마뜩잖게 여겼다.

 

어느날 맥클레런 장군은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암소 6마리를 사로잡았다”는 비군사적인 전황을 보고했다이에 대해 링컨 대통령은 화를 내기는커녕 “그러면 우유를 짜라”는 위트 넘치는 답신으로 맥클레런 장군의 도발을 멋지게 잠재웠다.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 링컨 대통령은 정적들로부터 웃음과 조크가 부적절하고 경박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링컨 대통령의 대응은 이렇게 간단명료했다

 

“나는 울면 안 되기 때문에 웃는다그 게 전부다.(I laugh because I must not cry, that is all, that is all.)

 

이런저런 논란 속에서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의 암흑기를 유머와 웃음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울면 안 되기에 웃는다’는 그의 철학은 국정 수행뿐 아니라 자신의 고질병이었던 우울증을 견뎌낸 개인적 처방이기도 했다.

 

그는 가난했던 어린시절 어머니와 누이를 여의었고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20대 때에는 직장생활과 사업에 실패했다.

 

결혼생활도 굴곡이 있었고, 4명의 아들 중 3명을 일찍이 잃었다선거에서도 여러 차례 떨어졌다링컨 대통령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어쩌면 그에게 우울증은 필연적인 것일 수도 있었다그랬기에 그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격언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history.com)


링컨 대통령의 경우와 달리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미소를 정치공학적으로 활용했던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스벨트다.

 

그는 국민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도구로 ‘스마일’을 사용했다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1933대공황의 수렁에 빠져있던 미국에는 웃음이 없었다모두 생활고와 절망에 찌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뉴딜정책과 함께 미소를 내세웠다조각 같은 얼굴강렬한 눈빛과 어우러진 그의 절묘한 미소는 힘을 발휘했다무엇보다도 미국인들이 잃어버렸던 확신과 열정을 되찾게 해줬다그의 미소가 카메라 앞에서만 보여주는 ‘쇼’가 아니었던 덕분이다.

 

프랭클린 대통령의 미소는 개인적 고난을 딛고 ‘나도 해냈다’는 불굴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그는 39세 때인 1921년 두 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소아마비에 걸렸지만 핸디캡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됐다.

 

그가 취임식 때 “공포 그 자체 이외에 두려워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There is nothing to fear but fear itself.)”고 외친 말은 국민들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팬데믹 종료와 함께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격랑에 휩싸여 있다조금씩 가라앉고 있지만 높아진 물가는 여전히 두려움으로 자리잡고 있다나라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들의 비전과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리더십은 결코 심각한 표정이나 톤을 높인 목소리에서 나오지 않는다안타깝게도 한국 정치에선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여야가 밤낮으로 인상쓰고 큰 소리 치며 소모적인 정쟁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여야의 대립은 2024  4월 총선을 앞두고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어떤 문제가 노출되기라도 하면 모두 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언론 보도도 자주 나오고 있다. 격노하고 이전 정권 탓하는 것으로 맞닥뜨린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

 

난국 타개 방안은 국력을 매끄럽게 모으는 리더십에서 시작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리더십은 대공황 시대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처럼 그럴듯 하게 꾸민 말보다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에서 비롯된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오늘날 희망찬 비전을 제시하고 폭넓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치 지도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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