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총소리 멈추지 않는 미국…총기 소유 합법인 나라의 필연적 운명

홈 > 탐사 IN > 탐사 IN
탐사 IN

[집중진단] 총소리 멈추지 않는 미국…총기 소유 합법인 나라의 필연적 운명

뉴스코리아 0

올해 들어 총기 사건·사고 급증…23667명 사망 

미국 '수정헌법 2'... 총기 소지·휴대 권리 보장

미국인 100명당 총기 120정 꼴 소유하는 현실

총기 소유 합법 속 규제방안은 늘 미봉책 불과

총기 사건 원인도 총격범의 정신 문제로 돌려

 

 

[로스앤젤레스=제이 권 기자] 미국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총소리가 울려퍼진다. 총기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어지간한 대형 참사 사건이 아니면 그다지 놀라지도 않는다. 총기 사건·사고를 교통사고처럼 여기는 수준이다.


지난 주말에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남쪽 소도시 햄튼에서 총기난사로 남성 3, 여성 1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앞서 14일에도 노스다코타주 파고에서 경찰을 겨냥한 총격으로 경찰관 1명이 숨지고, 다른 경찰 2명과 시민 1명이 다쳤다.


이달 초 독립기념일 연휴기간에는 미 전역에서 17건의 총격사건이 발생해 18명이 숨지고 102명이 다쳤다. 


올해 들어 총기 사건·사고는 부쩍 늘었다. 올해 들어 6개월여 만에 사망자 수가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2200)를 크게 넘어섰다.


총기 관련 사건·사고를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건 바이올런스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총기 사건·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719일 현재 23667명이다. 자살을 제외한 희생자수는 1467명이다.


‘건 바이올런스 아카이브'의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총기난사 사건은 392건에 이른다. 이 단체는 총격범을 빼고 4명 이상 숨지면 총기난사 ‘대량살인(mass killing)’으로 규정한다. 연방수사국(FBI)의 경우 단일 사건으로 3명 이상 사망하는 경우를 '대량살인'으로 간주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총기 관련 규제는 의회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난제 중의 난제다. 민주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의 고삐를 당기는 반면 공화당은 느슨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텍사스주 댈러스 교외 쇼핑몰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8명이 숨진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공격용 소총 판매 및 대용량 탄창 금지 등 총기 규제를 강화해줄 것을 의회에 재차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총기 문제는 의회에서 제대로 해결된 적이 없다. 지역별로도 공화당이 우세한 주는 총기 규제를 완화하고, 민주당이 지배적인 주에선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등 늘 엇박자다.

 

기본적으로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공화당의 경우 총격 사건이 날 때마다 총격범의 정신건강 문제를 애써 부각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그렇게 언급했다.

 

총기 사건의 초점을 개인의 일탈로 몰고 가는 것이다. 총기 규제에 관한 논의가 총기 소유에 관한 근본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텍사스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총기 사건의 책임을 정신 문제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 애벗 주지사는 57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총기 사건 대책에 대해 "정신건강을 다루는 것이 장기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텍사스 주의회는 총기 규제를 완화해왔다. 지난 2021 9월부터는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유한 주민이 별도의 면허를 발급받거나 훈련받지 않고도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의 자유는 수정헌법 2조에 의거해 보호된다. 수정헌법 2조는 ‘총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기 규제 강화를 외치는 민주당 역시 헌법에 명시돼 있는 총기 소유의 자유 그 자체를 건드리지는 못한다. 총기 자체가 살상이 가능한 무기인데 공격용 무기(assault weapons)와 대용량 탄창 사용 금지, 총기 구입 가능 연령 상향조정이라는 민주당의 총기 규제방안은 언제나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총기 관련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원인으로 거론되는 총격범의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의 문제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총기 사건·사고의 근본원인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배리 글래스너 USC 사회학 교수는 저서 ‘공포의 문화(The Culture of Fear)’에서 총기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를 ‘총기의 존재’ 그 자체에 두고 있다. 수많은 총이 수많은 사람의 손 안에 있기에 총기 사건·사고가 일어난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개인이 소유한 총기는 39300만정에 이른다. 미국인 100명 당 120정 꼴로 총기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총기 사건·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찰스 페로우 전 예일대 사회학 교수가 미국에서의 총기 사건·사고를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normal accidents)’라고 진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기 소유가 합법인 이상 총기 관련 사건·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미국이 안고 있는 필연적 운명이다.

 

 


미국의 총기 휴대법 현황…카우보이처럼 총 차고 다니는 주는?

 

캘리포니아·뉴욕 등 4개 주 및 D.C. 제외하고 가능

총 보이는 '오픈 캐리'와 보이지 않는 '컨실드 캐리'

'오픈 캐리' 46개 주에서 OK...31개주 허가 없이 가능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지난 4 3일 주 정부 라이센스 없이 총기를 보이지 않게(concealed carry)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은 71일부터 발효됐다.

 

이로써 플로리다주는 미국에서 라이센스나 트레이닝 없이 총기를 보이지 않게 휴대할 수 있는 26번째 주가 됐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지금까지 총기를 휴대하려면 총기 트레이닝과 신원조회를 거치고 휴대 라이센스 신청을 위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새로 시행된 법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중범죄를 저지르거나 통제된 물질과 관련된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없고 현재의 총기 취득 요건을 충족할 경우 별도의 총기 휴대 라이센스가 필요없다.

 

미국에서 총기 휴대는 보이지 않게 휴대하는 '컨실드 캐리(concealed carry)'와 보여지도록 휴대하는 '오픈 캐리(open carry)'로 구분된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주별로 휴대를 위한 라이센스 필요 여부도 다르다.

 

미국에서 주 당국의 별도 라이센스 없이 총기를 보이지 않게 휴대할 수 있는 주는 플로리다 이외에 25개 주가 있다.

 

25개 주는 앨라배마, 알래스카, 애리조나, 아칸소, 조지아, 아이다호, 인디애나,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메인, 미시시피, 미주리, 몬태나, 뉴햄프셔, 노스다코타(거주민만 가능),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사우스다코타, 테네시, 텍사스, 유타, 버몬트,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이다.

 

이들 25개 주 이외의 주에서는 컨실드 캐리를 위해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총기의 또다른 휴대방식인 '오픈 캐리'는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이 총기가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공개되도록 휴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 캐리는 워싱턴 D.C. 4개 주(캘리포니아·뉴욕·일리노이·플로리다)를 제외하고, 46개 주에서 기본적으로 가능하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카우보이터럼 총을 차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주 당국의 라이센스 없이 오픈 캐리가 가능한 주는 펜실베니아, 오하이오, 애리조나, 워싱턴, 애리조나, 알래스카 등 31개 주에 이른다. 나머지 15개 주에서는 주 당국의 라이센스를 받으면 총을 차고 다닐 수 있다. 펜실베니아주에서 필라델피아는 오픈 캐리가 허용되지 않는다.

 

오픈 캐리가 허용되는 주에서도 스쿨존이나, 법정, 인디언 보호구역, 총기 휴대금지 표지판이 있는 업소와 사유건물 등에서는 오픈 캐리가 불가능하다. 이는 주별로 규정돼 있다.

 

올해 들어 총기 휴대와 관련해 변화가 생긴 주는 플로리다주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다. 플로리다주는 당국의 허가 없이 컨실드 캐리가 가능하게 됐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는 주 당국의 허가 아래 오픈 캐리가 가능한 주가 됐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