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가 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미국 프로 야구 MLB의 전설이자 뉴욕 양키스의 영웅이었으며, 명예의 전당에도 올라간 요기 베라가 남긴 유명한 말입니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라는 의미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을 하면 이기고 있는 게임도 방심하면 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야구는 9회 말 2아웃까지도 결코 게임이 끝난 게 아닙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정말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야구입니다. 이 말은 야구에서 시작되었지만 승부를 가르는 모든 경기에서 선수들의 정신적인 무장을 강조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즐겨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말이 처음 사용된 일화를 살펴보면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 시절이었던 1973년, 그때 뉴욕 메츠 팀 이 내셔널 리그 동부 디비전에서 꼴찌(1973년 7월 선두 시카고 컵스와 9.5게임 차)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기자가 ‘이번 시즌은 어려워 보인다’는 말을 하자 쏘아붙이듯 했던 말이라고 합니다. 그 해 메츠는 요기 베라의 말처럼 기적적으로 동부 디비전 1위를 차지했고, NLCS에서 빅 레드 머신을 격파하고 월드 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게 됩니다. 아쉽게도 월드 시리즈에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장렬하게 패배합니다만 그 이후 이 말은 요기 베라의 자서전에서 다시 사용되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올해 최고의 화두는 단연 “코로나19’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지리멸렬한 전쟁을 치러야 할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없이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번 코로나19가 한반도에 창궐했을 때 이전의 초기 대응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적절히 잘 대처함으로 세계에서 가장 대응을 잘한 나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전 국민이 함께 정부의 방역수칙을 잘 이행하면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남기며 지난 5월 초를 고비로 1일 확진자 수를 2명까지 낮추며 코로나 지역 종식을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모든 생활은 서서히 일상으로 전환되는 분위기였고 경제도 정상화를 꿈꾸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태원 발 집단 감염이 다시 촉발되면서 그 이후 확산 세는 방역당국의 엄중 경고에도 불구하고 불붙듯이 다시 점화되어 제2 차 팬데믹의 예고를 현실화시키고 있습니다.
세계 전체적으로도 1일 증가세가 고비를 찍고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다시 확산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닌데 너무나 빠르게 긴장의 고삐를 늦춘 것 같은 느낌입니다.
결국 전국적으로 10인 이상의 모임이 다시 중단되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전보다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안일한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입니다.
조심스럽게 정상화를 찾아가던 대부분의 교회는 다시 온라인 인터넷방송 예배로 전환되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던 일상의 회복은 다시 멀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어 양성 판정을 받게 되면 몇 주간 격리를 통해 치료를 받고 이후 회복되면 완치자로 복귀하게 됩니다. 그러나 확진자가 완치되었다고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시 재발할 소지가 있고 완치되었어도 사람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음을 보게 되어 더욱 끝날 때까지 끝난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부산 47번째 환자’로 불리며 자신의 상황을 용기 있게 공개한 박현(48)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지 160여 일이 지났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라몬유 대학에서 마케팅 전공 교수로 있는 그는 부산대 특강을 위해 지난 2월 미국을 거쳐 귀국했습니다.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확진 한 달여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여러 후유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후유증은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힘든 ‘브레인 포그(Brain Fog)’ ▶앉아있으면 불편한 가슴 통증 ▶속 쓰림 증상을 동반한 위장 통증 ▶보랏빛으로 변하는 피부나 건조증 등 피부 관련 질환 ▶예측 불가능한 만성피로 등 다섯 가지입니다.
박현 교수가 코로나19 후유증을 고백하며 SNS에 쓴 글이 시사하는 바가 있어 일부를 발췌하여 인용 전달합니다.
완치 판정받고 퇴원한 지 165일째. 요즘도 계속되는 후유증 증상은 크게 5가지이다.
머리가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면서 기억이 힘들고 집중이 힘든 Brain Fog가 계속되고 있다. 조금만 집중해도 머리만 아플 뿐 아니라, 가슴 통증 등 다른 증상까지 심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아지기도 하고, 방금 했던 거나 하려고 하는 것을 기억 못 하는 일이 너무 흔하다.
방금 전에 비타민 약을 먹었는지도 기억 못 하고, 뭘 찾으려고 구글을 열었다가도 뭘 찾으려고 했는지도 기억 못 하고, 부엌에 갔다가 어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순간도 있다.
미국 언론을 보면 많은 회복자들이 brain fog 증상을 후유증으로 겪고 있다고 하고, 중국, 영국 언론도 뇌질환으로 후유증을 겪는 회복자들이 많다는 보고들이 있었다.
가슴 통증은 여전히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여전히 통증이 심해지면 앉아 있으면 불편해지고, 누워서 쉬어야 하지만, 누우면 또 다른 불편함이 있다. 가슴 통증도 후유증으로 중국, 미국, 영국 등 해외 언론에 많이 언급되고 있다.
배의 통증도 여전히 왔다 갔다 하고, 여전히 속 쓰림 증상도 있고, 특히 맹장이 있는 오른쪽 아랫배가 가끔 아픈 증상도 여전히 왔다 갔다 한다. 위장의 통증 또한 후유증으로 중국, 미국, 영국 등 해외 언론에 많이 언급되고 있고, 맹장과 콩팥도 최근 미국 언론에 후유증으로 나왔었다.
여전히 피부 문제가 있다. 피부가 검붉은 색으로 변했던 건 많이 나아졌지만, 요즘도 피부가 갑자기 보라색으로 변하기도 하고, 피부에 보라색 점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혈액 및 혈관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하고, 중국, 미국, 영국 등 해외 언론에 후유증으로 혈액 및 혈관 문제로 회복자들이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보고들이 있었다.
만성 피로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이도 여전히 좋았다가 나빴다를 반복한다. 예전에는 날 별로 좋은 날, 나쁜 날이 있었지만, 요즘은 아침에 좋았다가도 갑자기 오후에 나빠지기도 하면서 예측 불가이다. 뉴욕에 있는 미국 의사 친구는 예전부터 나의 후유증으로 신경계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고, 해외 언론들도 후유증으로 신경계열 문제를 보고하고 있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는 박 교수는 “완치라는 말에 속지 말라"라고 경고하면서 코로나19 관련 일부 용어들이 환자들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한다며 안타까워합니다.
그는 ‘확진자’라는 말 대신 ‘환자’를, ‘완치자’라는 말 대신 ‘회복자’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코로나19가 그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박 교수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준다"라고 답했습니다. “계속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강의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쌓아왔던 모든 것을 버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박 교수는 “최선은 결국 안 걸리는 방법뿐이다. 내가 절망에 들어가지 않도록 방어하는 게 희망인 상황”이라고 덧붙입니다.